⚠️구글의 한국 정밀 지도 반출 요청, 논란 관련 팩트만 체크하기
2025-04-02
해외로 출장, 여행을 갈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어플은 무엇일까요? 바로 ‘구글 지도’입니다. 위치 기반 정보를 통해 이동 동선은 물론 경로, 장소 검색, 나아가 호텔이나 식당 예약까지 가능한 구글지도는 여행객에게는 빠지지 않는 필수 어플입니다. 전 세계 대부분 여행객이 구글 지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구글 지도를 활용하지 않습니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활용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지도 데이터의 반출 제한이라는 이유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국내의 다른 지도 서비스로 눈을 돌리지만 올바른 외국어 서비스의 부재, 익숙하지 않은 UI/UX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의 ‘관세전쟁’ 선포에 힘입어 구글이 다시 한국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을 신청하며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구글 지도 이용이 제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떤 이해관계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그 손해는 누가 감당하고 있는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내용이 있는 건 아닌지, ‘팩트’로만 살펴보겠습니다.
구글 지도, 한국에서는 사용 안 되는 이유
한국에서 구글지도 서비스가 제한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국가 안보’문제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구글뿐만이 아니라 모든 외국 기업이 상세한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저장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07년, 2016년에도 구글은 한국의 상세 지도 데이터(1:5,000 축척)를 해외 데이터 센터로 반출하려 했으나 보안상의 이유로 거부당하고 애플 역시 2023년도 유사한 요청이 거절되었습니다.
현재 구글 지도는 1:25,000 축척의 지도만 제공할 수 있어 네이버나 카카오 지도보다 상세함이 매우 떨어집니다. 또한, 경로 안내를 이용할 때 대중교통 정보는 제공하지만, 도보 및 자동차 내비게이션 기능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여행할 때 자연스럽게 구글 지도를 킨 외국인 방문객은 큰 불편을 겪고 있으며 인천공항 관광안내소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관련 문의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여행유튜버 빠니보틀의 구글 본사 방문기를 참조하면 구글 지도가 한국에서 사용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한 본사 직원의 답변을 들을 수 있습니다.
구글지도 해외반출 요청 관련 찬반논란, 진실 혹은 거짓?
1. 타국가보다 국가 안보가 중요한 한반도 정세상, 국가 보안시설이 노출되면 문제 아닌가?
먼저 구글지도를 제한하는 이유인 ‘국가 안보’가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을 살펴보면 북한과의 대치 상황을 고려해 군사 시설 및 주요 보안 시설의 이미지가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구글에게 보안 시설에 대한 정보를 흐리게 처리하거나 삭제하라고 요구했으나 구글은 이러한 요구가 자사의 글로벌 서비스 정책과 맞지 않는다 주장하고 거부한 이력이 있습니다.
<Google seeks to export Korea's map data again, Korea JoongAng Daily>
사실상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는 이미 보안 심사를 통과한 티맵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군사 보안상 블러 처리를 해야 하는 곳이 있다면 티맵 측에 보완 요청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에도 구글은 금번 반출 요청 시청에서 추가로 블러 처리가 필요한 군사 기밀시설이 있다면 블러 처리를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 군사기밀시설의 좌표를 먼저 구글에 공유해야 한다는 모순이 있습니다.
또한, 많은 비판론자는 이미 시장에서 국내 지도 서비스 또는 상업적 위성 이미지를 통해 해당 시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제한이 실질적인 보안 효과가 없다고 말합니다. 만일 구글이 블러 처리를 감행한다 하면 구글 지도에서 검열된 이미지와 위성 이미지/로컬 지도 서비스 이미지를 비교하여 군사 시설을 쉽게 식별할 수 있게 되고 보안에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2. 돈도 안 내면서 한국 지도 서비스에 무임승차하는 구글?
구글이 지도 데이터 해외반출을 요청했다는 기사 댓글을 살펴보면 구글은 한국 지도 데이터를 돈도 안 내고 이용하는 것인데, 이건 조별과제 무임승차같은 행동 아니냐는 비난이 있습니다. 사실 구글은 전 세계 각국의 1위 사업자 지도 데이터를 구매-가공하여 서비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시장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구글은 매년 SK의 티맵 데이터를 구매하여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정당하게 사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K-Culture brings tourists in, but K-maps leave them wandering, Korean Harald>
3. 외국인들이 구글지도 대신 네이버, 카카오 지도를 쓰면 되는 일 아닌가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구글 지도 대신 국내 지도 서비스를 사용하면 더 좋은 일이 아닌가?라고 단순하게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지도 서비스의 외국이 지원이 매우 협소하다는 사실입니다. 국내 지도 서비스의 다국어 서비스는 대부분 영어 또는 중국어/일본어 지원으로 매우 한정적이며 그나마 지원하고 있는 다국어 서비스조차 많은 콘텐츠가 제대로 번역되지 않고 주소 인식 신뢰도도 상당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반면 구글 지도는 70개의 다국어 버전을 지원하고 있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친숙한 UX/UI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 문화체육관광부는 2027년까지 연간 3천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정작 외국인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 개선은 미흡한 상태입니다. 한국을 떠올렸을 때 여행하기 좋은 곳, 외국인에게 친화적인 곳,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느끼게 하려면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2022년 카카오는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 때문에 127간 동안 카카오톡을 포함한 카카오 서비스가 모두 중단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카카오는 총 275억의 보상금을 지불하였고 데이터 안정성을 위해 안산에 데이터 센터를 추가 설립했습니다. <사진출처: 뉴스원>
4. 데이터 주권이 중요한 시대, 데이터 센터는 꼭 국내에 있어야만 한다!
일부에서는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국내 지도 서비스 업체는 국내에 데이터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데 구글에만 예외를 적용하는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합니다. 국내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저장될 경우 데이터 주권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되므로 이와 같은 반출 요청 거부는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 내의 보호조치일 뿐, 구글이 한국 내 데이터 서버를 운영하면 해결될 일이라고 말합니다.
구글은 지도 데이터를 캘리포니아 본사 및 전 세계 14개 데이터 센터에 저장하고 있으며 구글의 클라우드 센터는 국내 IDC 센터에도 있습니다. 클라우드 시대에 많은 기업이 전 세계에 데이터 센터를 짓고 서버를 두어 분산시키는 것은 일반적입니다. 사실 한 국가, 한 지역에만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재난재해 측면에서 안전하지 않은 선택이며 오히려 데이터 안정성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사건을 떠올려보면 데이터 센터를 분산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은 더더욱 데이터 안정성을 중요시하며 따라서 한 국가에만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회사의 글로벌 운영 방식에 상충하는 결정입니다.
구글지도 해외반출 요청 거부, 보호정책이 아닌 쇄국정책!
구글맵은 전 세계 250여 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글로벌 서비스로 구글 지도를 이용할 수 없는 나라는 그야말로 손으로 꼽힐 정도입니다. 전 세계에서 자동차 길찾기와 도보 길찾기가 제공되지 않는 나라는 한국, 콩고, 코소보, 예멘 정도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특히 북한에서도 관광객을 위한 자동차 길찾기와 도보 길찾기가 제공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러한 보호정책이 너무 과격한 쇄국정책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구글지도의 자동차 길찾기/도보 길찾기 기능은 북한에서도 가능합니다.
한국과 비슷하게 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을 살펴볼까요?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대만은 구글 지도가 가장 잘 사용되는 국가 중 하나이며 중국 역시 일부 정보의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지도와 교통정보 모두 제공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현재 전쟁 중에 있는 이스라엘마저 구글에 블러 처리 요청을 한 것이 아닌 개별 위성영상업체에 직접적으로 보안시설 블러처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접속이 가장 빠르고 저렴한 국가 중 하나이며 동시에 많은 외국인이 찾는 세계적인 도시입니다. 이런 한국에서 외국인이 사용할 수 있는 영어 기반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구글맵 서비스 이용 불가와 관련한 이슈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등 한국에서 국제 행사가 열릴 때마다 불거지고 있습니다. 북미에서 가장 큰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Reddit)에서는 한국 여행 시 구글 지도가 작동하지 않는 데에 대한 토론글도 자주 올라오고 있습니다.
북미 최대 커뮤니티 레딧에는 한국 여행과 관련한 커뮤니티가 형성되며 한국 여행 시 미리 알고 가야할 팁, 문화 등에 대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거부로 인한 피해는 누가 받고 있는가?
국내에서 국내 지도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는 일반인으로서는 구글 지도가 국내에서 작동되지 않는다 한들 그 어려움을 실감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구글 서비스가 되지 않음으로써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피해는 누가, 어떻게 받고 있을까요?
먼저 앞에서 언급했듯이 구글 지도 규제는 관광지로서 한국의 국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K-POP, K-Food, K-Beauty로 대표되는 K-Culture를 통해 열심히 관광객을 유치하고는 있지만 정작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원하는 장소를 검색하고 길을 찾는 것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거시적으로 바라봤을 때 구글 지도 규제는 정치적 연결고리의 약화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국 무역 대표부는 한국은 구글지도 규제는 한미 FTA를 침해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한미 FTA는 국내 및 수입 디지털 제품/서비스 간의 차별을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인이 한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한국에서 외국인이 외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도 서비스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고속도로’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이용하는 차가 국산차이냐 외산차이냐 상관없이 ‘통행료’를 지불하면 도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외산이라 하여 고속도로 이용이 불가하고 국도만 이용 가능하다는 판결이 있다면 많은 이들이 분노할 것입니다.
국가간 플랫폼, 서비스의 공유가 일상화된 지금, 동일 선상에서 올바르게 경쟁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룰이기도 합니다. 만약 일부 서비스에만 검열 의무를 부과한다거나 과한 규제가 적용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국내 기업의 서비스 품질을 저하하고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국가 안보는 중요합니다. 그러나 ‘국가 안보’라는 허울 좋은 말로 공공의 이익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실과는 다른 행간에 떠도는 말로 왜곡된 편향을 지니고 있던 건 아닌가 반성해봐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균형 잡힌 규제가 필요합니다. 이때까지 감정적으로만 바라보던 구글 지도 반출 문제에 사실과 거짓을 바로잡고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 국제 경쟁력 강화, 나아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해 구글 지도 규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질문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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