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정치, 문화, 경제 모두 ‘지리’의 영향을 받는다?
2025-01-07
세계 4대 문명(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문명, 인더스 문명, 중국 황하 문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략했을까요?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미국은 어떻게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을까요? 역사, 정치, 문화, 경제 모두에 걸쳐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 국가 간 갈등 이면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요인은 바로 ‘지리’였습니다. 이 말인 즉 슨, ‘지리’를 이해하면 역사, 정치, 문화, 경제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세계정세와 문명의 발전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인류 역사에서 지리가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스팅은 도서 팀 마샬의 <지리의 힘>과 에밀리 오브리의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류 문명의 탄생지, 그 공통점은?
인류 최초의 문명은 모두 강 유역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이집트의 나일강, 인도의 인더스/갠지스 강, 그리고 중국의 황하 유역 등 모두 강의 규칙적인 범람을 통해 비옥한 퇴적토가 형성되었고 이는 안정적인 농업 생산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강의 범람은 농업뿐만 아니라 관료제도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강의 범람을 관리하기 위해 관료 제도가 자연스레 형성되었고 이는 체계적인 국가 시스템의 토대가 되어 후에 중앙집권적 통치를 가능케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습니다.

러시아가 가진 지리적 약점은 무엇일까?
러시아는 강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일컬어지는데 이는 바로 국토 면적에 비해 작은 인구수입니다. 러시아의 국토 면적은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인구는 1억 4천만 명에 불과하며 와중에 대부분 인구가 지리적으로 치우쳐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와중에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는 15개국에 달하는데요,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푸틴은 내부의 결함과 경제적 어려움을 은폐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팽창주의적 정책을 펼치며 나토에 대한 위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북극해 항로 및 부동항 점유권이라는 지리적 문제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광활한 시베리아 평원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는 서방 국가 침략에 취약한 구조였으며 흑해로의 진출은 러시아의 오랜 전략적 목표였습니다.이에 관한 결과가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이전까지 동유럽 국가들이 독립하여 서유럽 국가 사이에 지리적 완충 지대 작용을 했던 것과는 달리 발트 3국이 나토에 가입(2023)하는 것은 러시아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부동항 문제까지 겹쳐지자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는 포기할 수 없는 지리적 요충지로 다가왔습니다.

중국이 일대일로에 진심인 이유?
중국의 면적은 크지만 메르카토르 도법에 따른 착시 탓에 실제보다 커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중국의 영토는 러시아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며 황하강과 양쯔강 두 개의 강을 중심으로 문명이 발달하여 역사적 중심지 역할을 하였으며 현재까지도 현재 인구 14억 중 10억 명이 이 지역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현재 14개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요, 이중 러시아와의 관계에서는 지리적으로 ‘갑’으로 평가됩니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인은 700만 명, 중국 인구는 약 1억 명으로 상대적 차이가 크고 러시아와 유럽과의 교류가 제한된 상태에서 러시아는 중국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도와는 군사적 갈등을 겪고 있으나 히말라야 산맥을 경계로 두 나라간의 충돌 가능성이 어느정도 완충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중국은 ‘현대판 실크로드’ 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정책을 내세우며 중국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제약을 해결하려 합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이 세계 60개국을 연결하는 육로와 해로를 통해 원자재와 지하자원을 확보하고 수출 통로를 확장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 질서에서 탈서구화를 꿈꾸고 있으며 이러한 패권 정책은 영유권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교역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중국의 핵실험 시설, 원유 자원이 있는 신장지역과의 갈등, 양쯔강과 메콩강의 발원지로 중요한 수자원 지역으로 일컬어지는 티벳 역시 중국이 지리적 이유로 갈등을 겪고 있는 예시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대외적인 갈등을 통해 국내의 갈등과 문제를 은폐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내의 소수민족 독립 문제, 남동쪽-북서쪽 지역 간의 발전 불균형, 계층간 심각한 소득 차이는 군사 갈등, 남중국해 문제, 티벳에서의 위구르족 탄압 문제 등으로 덮으려 하나 동시에 국제 압력으로 여러 나라와의 갈등을 유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제3차 세계대전은 중동에서 일어난다?
3차 세계대전은 중동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실제로 이슬람을 따르는 중동의 많은 국가가 항상 크고 많은 갈등으로 전쟁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왜 이토록 많은 국가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걸까요?
먼저 이슬람 제국의 확장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이슬람 제국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동서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아라비아 반도의 사막 지형은 낙타를 이용한 기동력 있는 군대 발전을 가능하게 하여 다른 문명에는 장벽이 되었지만, 이슬람 군대에는 오히려 전략적 이점을 제공했습니다. 바그다드, 다마스쿠스와 같은 도시들이 실크로드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하였으며 이들 도시는 사막 횡단 루트의 오아시스이자 강 유역의 비옥한 평야에 위치하여 무역과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후 오스만 제국이 해체되면서 영국과 프랑스가 이해관계에 따라 중동 지역을 인위적으로 분할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민족, 종교, 부족, 언어간의 경계는 무시된 채 새로운 지리적 경계 내에서 묶이게 되고 현대 사회의 갈등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자원과 경제적 요인,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정치적 요인이 개입되면서 복잡한 나라별 동맹 관계를 맺게 되고 한 지역의 충돌이 연쇄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이중 사우디아라비아는 1930년이 되어서야 국가로 정립되었으며 같은 시기 석유 자원이 발견되어 국고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유목민에서 도시 정주 생활로 급변하였지만, 경제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사우디 아라비아 내 시아파는 10-15%로 소수에 속하지만 이들은 주요 유전 지역에 거주하여 종교와 지역 갈등의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란은 1979년 이란 혁명을 겪으며 미국의 주요 동맹국에서 적대 국가로 전환하였습니다. 이란에서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전체의 60%이며 나머지 40%는 아제르바이잔, 쿠르드족 등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되어 민심 통합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란 경제는 미국의 제재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원유 수출을 위해 중국과 물물교환하여 이를 극복하고자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중동의 두 강대국으로 같은 이슬람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시아파와 순니파간의 종교적 대립으로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페르시아만과 중동 전역에서의 지역 패권 경쟁, OPEC 내에서의 석유 정책 등으로 인해 갈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중동에서의 전쟁하면 보통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만 떠올리지만 여기에 이란-이스라엘 사이의 핵개발 문제를 시작으로 이데올로기적 문제, 역사, 종교, 민족, 영토, 자원 등 다양한 요인이 더해지고 미국,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이 연결되어 중동 지역의 평화 장착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영국이 세계 최초로 산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독일이 현대 유럽의 중심이 된 것은 필연적이다?
영국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성이 있어 해군력 발달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지리적 특성은 영국에게는 해협이라는 자연적 방어선을 지니게 함과 동시에 세계 최대 해양제국 건설의 토대가 되어 유럽 대륙의 권력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여기에 풍부한 석탄 매장량, 긴 해안선을 따라 발달한 항구, 짧은 내륙 수송 거리는 영국이 세계 최초로 산업화를 이룩하는데 크게 기여하였고 이와 같은 성공은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독일의 인구수는 8,400만 명으로 영국(6,800만 명), 프랑스(6,800만 명)를 제치고 유럽 국가 중 가장 인구가 많으며 유럽 연합 GDP의 20%를 차지하는 유럽 연합의 중심 국가입니다. 독일은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역사적 컴플렉스로 인해 국적 개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했지만 냉전 이후 동유럽 국가를 포함하여 중립적 역할을 수행하고 유럽의 안정화에 기여하며 강대국으로 부상하였습니다.
독일이 현대 유럽의 중심이 된 데에는 몇몇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것이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먼저 독일은 유럽의 중심부에 있어 9개 국가와 국경을 접하며 무역-문화 교류 사이에서 큰 이점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라인강과 같은 수로들이 모두 독일을 관통하고 있어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럽 산업 중심지를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북해와 발트해에 접근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는 해상 무역에서도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여 함부르크와 같은 독일의 주요 항구도시들이 유럽의 핵심 무역 거점으로 발전했습니다.
독일이 유럽연합의 중심이 되며 비용 부담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독일의 극우정당은 영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이 유럽연합을 탈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축복받은 땅, 아메리카
미국은 지정학적으로 가장 축복받은 지역으로 손꼽힙니다. 먼저 동쪽으로는 대서양, 서쪽으로는 태평양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 침략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합니다. 이는 1,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 본토가 직접적인 전쟁 피해를 피하면서 전쟁 특수를 가져갈 수 있던 핵심 요인이 되었습니다. 둘째로 캐나다와 멕시코라는 미국에 우호적이고 상대적으로 위협적이지 않은 이웃국을 접하고 있어 육상 국경 방어에 대한 부담이 적습니다. 이는 러시아, 중국, 유럽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대비되는 상황입니다. 셋째로 미국 내부의 수로 체계입니다. 미시시피강 유역은 대평원의 핵심 지역으로 목초지로 활용되어 소 사육에 적합한 영토를 제공하는 동시에 내륙 수송의 대동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지리적 이점이 미국의 고립주의와 개인주의를 모두 가능하게 했다고 말하며 미국인 필요에 따라 국제 문제에 개입하거나 물러날 수 있는 지리적 유연성을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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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이동진이 <지리의 힘>, <지도로 보아야 보인다> 도서를 리뷰한 영상이 궁금하시다면 위의 영상을 확인해주세요.
지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류 문명의 발전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습니다. 많은 인류학자가 지적하듯이 기술이 발전하고 세계화가 진행되어도 지리의 중요성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으며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는 자원의 확보, 무역로의 통제, 기후변화 대응 등 새로운 차원에서 지리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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